2013년 6월 17일 월요일

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.

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.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
 -심순덕-

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
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.

찬밥 한 덩이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
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.

한겨울 냇물에서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해도
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.

배부르다, 생각 없다,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
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.

발 뒤꿈치 다 헤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
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.

손톱이 깎을 수조차 없이 닳고 문드러져도
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.

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썩여도 끄떡없는
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.


외할머니 보고 싶다.
외할머니 보고 싶다, 그것이 그냥 넋두리인 줄만

알았습니다.


한밤중 자다 깨어 방구석에서 
한없이 소리 죽여 울던 어머니를 본 후론
아!
어머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.
 


댓글 2개:

  1. 어머니께 잘했어야 하는데 지금~~엄마가 보고싶네요..

    답글삭제
  2. 어머니의 말없는 희생과 사랑이 느껴지는 글이네요, ㅠㅠ

    답글삭제